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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말복 날의 단상/시 장지원

노파 2024. 8. 14. 08:17

 

말복 날의 단상

장지원

 

 

누군가

커다란 온실 속에 한반도를 집어넣고 실험하는 것 같다

체감하는 온도가 섭씨 40도

거리에 나온 사람들의 표정이

해결책이 없다는 듯 하나 같이 무표정

조금만 건드려도 터질 듯, 같이 걷는 처지지만 자칫 민폐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다

실험실 안의 생쥐가 된 것 같은 묘한 기분

생쥐는 그 누구를 위해 희생된다고 누군가가 위령탑 정도는 새워주겠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그런 보고서는 만들어지지 않을 것 같다

우린 누구의 제물이 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제물이 되어가고 있다는 게 너무나 아이러니하다 못해 슬프다

오늘이 말복

사람들은 저마다 더위를 대처하는 방법이 다 다르다

이런 때, 눈을 들어 하늘을 바라본다

혹시 우리의 구원이 한 점의 구름처럼 다가오고 있지나 않은지

인간의 지혜나 기술, 힘으로는 안 된다는 게 사람들의 얼굴에서 볼 수 있는 정평 같다

실험실 안에서 현실의 상황을 인지한다는 게 공포요 재앙이다

죽고 사는 게 문제가 아니다. 우린 누군가의 시간표 위에서 절차를 밟아가고 있는 게 맞다

이제 곧 이 실험실이 폭발하고 우리 몸의 원소들이 제각기 흩어져 흙이 된다

토기장이의 손을 주목하여 볼 수 있다면 흙이 보이겠지, 그게 나라고 생각해 봐라

이제 놀라운 일이 벌어질 것을 기대해 본다.

 

2024.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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