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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대추 방울토마토/시 장지원

노파 2022. 9. 21. 04:40

 

대추 방울토마토

장지원

 

 

봄 뜨락에 야생 토마토가 싹을 틔웠다

잿빛 솜털이 송송한 게

봄의 첨병 같아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다’

정체불명의 녀석이지만

그 실상만큼은 보듬어주고 싶었다.

 

별도의 거처를 마련하고 시간과 공을 들이면서

열매를 보고 이름을 지어주어야 했기에 나에게도 기다림이란 시간이 필요하다

그늘 없이 잘 자라 어엿한 토마토가 되어 노란 꽃을 피웠다

배꼽이 떨어지자 얼굴을 내미는 녀석,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대추 방울토마토이다

튼실하게 마디마다 열매가 주렁주렁 주저리 져 달리는 게 대견하기까지 하다

 

좋은 일에 마가 끼이는 법

때까치 한 마리가 날아와 노랗게 익은 것부터 쪼아 먹는다

쫓아버릴까 하다

소유권 분쟁이라도 일어날 것 같아 두고 볼 일이라 여기서도 시간이 필요하다

그가 뿌린 씨앗이라면

나는 키우고 가꾼 것 밖에 없으니

어떻게 따지고 해결해야 할지가 난감하다

법에서도 가장 원만한 합의가 가장 좋은 해결방법이라 했다

 

나누어 먹으며 공존하기로 생각을 정리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때까치도 고맙고 대추 방울토마토가 더 탐스럽기까지 하다

날짐승 몇 알 따먹는 게 대수일까

아침마다 두어 줌씩 따면 아내는 맛 나는 주스를 만들기 바쁘다

목구멍을 넘어가는 대추 방울토마토가 행복의 결정체 인양

토마토 나무에 주렁주렁 달렸으니 이보다 더 큰 행운이 있을까 싶다

 

202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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