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파의문학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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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동강할미꽃/시 장지원

노파 2020. 4. 19. 06:49

 

동강할미꽃

장지원

 

 

두향의 혼이 열어주는

동강의 봄

분홍치마자락 강바람 찬데

검푸른 물살을 거슬러 오르는

옛이야기

비로봉 잔설에 얼룩진

동강의 꽃

아무도 찾지 않는 바위 틈새

홀로 지새운 밤

무심한 세월만이 흐르는 강

두향°의 단심丹心이 곱게 피는

동강할미꽃

 

<노트> 두향°: 1522년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단양지방에서 활동한 관기로, 거문고에 능했다고 한다. 특히 매화꽃을 좋아한 두향의 심성은 초봄의 설중매를 연상케 하고도 남아 18세의 두향은 퇴계 이황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 했다고 한다. 짧은 9개월의 단양군수 재임을 마치고 풍기 군수로 전보 된 후 이황은 늘 매화를 옆에 심어두고 두향을 그리워하며 매화꽃에 관련된 시를 100여수 이상 지었다고 한다. 해어질 때 일화다. 이황, “내일이면 떠난다. 기약이 없으니 두려울 뿐이다.”/ 두향, "이별이 하도 설워 잔 들고 슬피 울 제, 어느덧 술 다 하고 임마저 가는구나, 꽃 지고 새 우는 봄날을 어이할까 하노라" 애잔한 밤의 시간이 흐를 뿐…… 끝내 두향은 동강에 몸을 던진다. 그의 혼이 훗날 동강의 할미꽃으로 피어난 게 아닌가 할 정도로 시인의 가슴에 절절히 가가 온다.

 

黃卷中間對聖賢(황권중간대성현) 누렇게 바랜 옛 책 속에서 성현을 대하며

虛明一室坐超然(허명일실좌초연) 비어 있는 방안에 초연히 앉았노라

梅窓又見春消息(매창우견춘소식) 매화 핀 창가에서 봄소식을 다시 보니

莫向瑤琴嘆絶絃(막향요금탄절현) 거문고 마주 앉아 줄 끊겼다 한탄을 말라

- 퇴계 이황이 두향에게 보낸 시-

 

一樹庭梅雪滿枝(일수정매설만지) 뜰 앞에 매화나무 가지 가득 눈꽃 피니

風塵湖海夢差池(풍진호해몽차지) 풍진의 세상살이 꿈마저 어지럽네

玉堂坐對春宵月(옥당좌대춘소월) 옥당에 홀로 앉아 봄밤의 달을 보며

鴻雁聲中有所思(홍안성중유소사) 기러기 슬피 울 제 생각마다 산란 하네

- 퇴계 이황의 "매화시첩"중에서-

 

202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