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할미꽃
장지원
두향의 혼이 열어주는
동강의 봄
분홍치마자락 강바람 찬데
검푸른 물살을 거슬러 오르는
옛이야기
비로봉 잔설에 얼룩진
동강의 꽃
아무도 찾지 않는 바위 틈새
홀로 지새운 밤
무심한 세월만이 흐르는 강
두향°의 단심丹心이 곱게 피는
동강할미꽃
<노트> 두향°: 1522년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단양지방에서 활동한 관기로, 詩와 書 거문고에 능했다고 한다. 특히 매화꽃을 좋아한 두향의 심성은 초봄의 설중매를 연상케 하고도 남아 18세의 두향은 퇴계 이황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 했다고 한다. 짧은 9개월의 단양군수 재임을 마치고 풍기 군수로 전보 된 후 이황은 늘 매화를 옆에 심어두고 두향을 그리워하며 매화꽃에 관련된 시를 100여수 이상 지었다고 한다. 해어질 때 일화다. 이황, “내일이면 떠난다. 기약이 없으니 두려울 뿐이다.”/ 두향, "이별이 하도 설워 잔 들고 슬피 울 제, 어느덧 술 다 하고 임마저 가는구나, 꽃 지고 새 우는 봄날을 어이할까 하노라" 애잔한 밤의 시간이 흐를 뿐…… 끝내 두향은 동강에 몸을 던진다. 그의 혼이 훗날 동강의 할미꽃으로 피어난 게 아닌가 할 정도로 시인의 가슴에 절절히 가가 온다.
黃卷中間對聖賢(황권중간대성현) 누렇게 바랜 옛 책 속에서 성현을 대하며
虛明一室坐超然(허명일실좌초연) 비어 있는 방안에 초연히 앉았노라
梅窓又見春消息(매창우견춘소식) 매화 핀 창가에서 봄소식을 다시 보니
莫向瑤琴嘆絶絃(막향요금탄절현) 거문고 마주 앉아 줄 끊겼다 한탄을 말라
- 퇴계 이황이 두향에게 보낸 시-
一樹庭梅雪滿枝(일수정매설만지) 뜰 앞에 매화나무 가지 가득 눈꽃 피니
風塵湖海夢差池(풍진호해몽차지) 풍진의 세상살이 꿈마저 어지럽네
玉堂坐對春宵月(옥당좌대춘소월) 옥당에 홀로 앉아 봄밤의 달을 보며
鴻雁聲中有所思(홍안성중유소사) 기러기 슬피 울 제 생각마다 산란 하네
- 퇴계 이황의 "매화시첩"중에서-
202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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