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파의문학공간

https://tank153.tistory.com/

노파의문학공간

시인의 가을/ 시 모음/시 장지원

노파 2015. 10. 19. 22:42

시인의 가을1

老波

 

 

시인의

가을은

코스모스 꽃잎을 보다

마음이 흔들리기도 하고

차가운

이슬을 털어내는

들꽃

한 송이를 보고도

눈물을 보일 때가 있다.

깊어가는

가을

가슴을 갈아

붓 끝에 찍어

() ()이라 쓰고

나지막한 길 내려가는 게

시인의 일상일 게다

 

2011.10.12

 

 

시인의 가을2

장지원

 

 

가을은

기암 사이에서

누굴 기다리는지

가슴에 불 밝히고

시인의

가을도

단풍잎에 고운 글 써

쪽빛 호수에 띄워준다

 

기러기 날아가는

길 따라

이 가을도 뛰어가겠지

 

2013.10.20

 

 

시인의 가을3

장지원

 

 

사색의 잎들을 찾아 나선

시인의 손에도

자연의 친숙함은 영혼의 고독을 실어 올 뿐

배고픈 노예

빈들로 내 몰다

고뇌의 다섯 손가락

빨갛게

노랗게

갈색으로 물들어

옹달샘 깊이 몸을 던진다

비리한 냄새 가시고

깊은 맛 우러나면

한 사발 퍼 올리는

마중물이 되고파

시인은

몸 따로

마음 따로

놀아야 하는 수고로움도

한 줄 글 속에서

쉼 없이 굼실거리며

가을 날 회전목마를 즐기고 있는 게 아닌가?

 

2013.11.3

 

 

시인詩人의 가을[]4

老波 장지원

 

 

떨어지는 낙엽 사이

건질까 하여

막연한 가슴으로 뒤 뜨락에 서니

 

파란 하늘이 눈에 치이고

초침이 버린 단풍잎은 발길에 차인다

가을이 굴러 바람이 쓰러가는 뜰

스산한 기운이

시인의 영혼을 깨워

번뜩이는 시심에 곱게 물든 겉옷을 걸쳐준다

 

가물가물하던 글 끈을 끄집어내는 수고도

구역질나도록 게우다 보면

시인의 혼마저 금세 붉게 물들어

마지막 남은 한 잎에

써 놓고

높은 하늘 길 열리면 시인의 가던 길을 가리

 

2015.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