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가을1
老波
시인의
가을은
코스모스 꽃잎을 보다
마음이 흔들리기도 하고
차가운
이슬을 털어내는
들꽃
한 송이를 보고도
눈물을 보일 때가 있다.
깊어가는
가을
가슴을 갈아
붓 끝에 찍어
추(秋) 심(心)이라 쓰고
나지막한 길 내려가는 게
시인의 일상일 게다
2011.10.12
시인의 가을2
장지원
가을은
기암 사이에서
누굴 기다리는지
가슴에 불 밝히고
시인의
가을도
단풍잎에 고운 글 써
쪽빛 호수에 띄워준다
기러기 날아가는
길 따라
이 가을도 뛰어가겠지
2013.10.20
시인의 가을3
장지원
사색의 잎들을 찾아 나선
시인의 손에도
자연의 친숙함은 영혼의 고독을 실어 올 뿐
배고픈 노예
빈들로 내 몰다
고뇌의 다섯 손가락
빨갛게
노랗게
갈색으로 물들어
옹달샘 깊이 몸을 던진다
비리한 냄새 가시고
깊은 맛 우러나면
한 사발 퍼 올리는
마중물이 되고파
시인은
몸 따로
마음 따로
놀아야 하는 수고로움도
한 줄 글 속에서
쉼 없이 굼실거리며
가을 날 회전목마를 즐기고 있는 게 아닌가?
2013.11.3
시인詩人의 가을[秋]4
老波 장지원
떨어지는 낙엽 사이
시
한
수
건질까 하여
막연한 가슴으로 뒤 뜨락에 서니
파란 하늘이 눈에 치이고
초침이 버린 단풍잎은 발길에 차인다
가을이 굴러 바람이 쓰러가는 뜰
스산한 기운이
시인의 영혼을 깨워
번뜩이는 시심에 곱게 물든 겉옷을 걸쳐준다
가물가물하던 글 끈을 끄집어내는 수고도
구역질나도록 게우다 보면
시인의 혼마저 금세 붉게 물들어
마지막 남은 한 잎에
시
한
수
써 놓고
높은 하늘 길 열리면 시인의 가던 길을 가리
2015.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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