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약속/시 장지원

노파 2026. 5. 1. 00:03

 

약속

장지원

 

 

헐레벌떡 교차로 건널목에서

내 약속 시간 지키려

빨간불인데

모두와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생각하는 순간

큰 화물차 기사의 영혼이 초주검을 하는 순간

약속 없이 순간의 만남

날벼락도 이런 날벼락이

큰 경적에 돌고 돌던 세상의 시간이 멈추는 듯

숨죽이던 사람들의 휴 하고 터져 나오는 숨통

웅성웅성, 다시 뛰기 시작하는 심장들

하마터면 큰 변고를 당할 뻔

일상에서 무슨 이유든, 어떤 변명으로도

모두와의 약속을 대신할 수 없을 터

사람들은 신호를 지켜 길을 건너서

숱한 차들도 신호를 지켜 교차로를 건너서

어디론가 길을 가고

아무리 바쁘고 급해도, 만만치 않은 약속

같은 약속으로 반복하는 신호등

세상을 비추는 그 약속 앞에서 잠시 발길을 멈춘다.

 

2026.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