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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문예사조' 2023년 4월 호 신작 시 '인생을 각색하지 마라' 외2편 발표

노파 2023. 4. 8. 18:36

종합문예지 '月刊 文藝思潮' 2023년 4월호(통권388호) 신작 시 발표

'인생을 각색하지 마라' 외2편 -노파의문학공간-

 

 

인생을 각색하지 마라

장지원

 

 

삭풍이 불면

미처 떨구지 못한 잎들마저 버려야 하는 아픔도 있다

자연에서는 순리라 하지만

시련의 순간들을 숨겨

시절을 절묘하게 표현하려는 시도

누구에게나 조각나 뒹구는 일상도 퍼즐을 맞춰 나가듯 비로써 완성되는 삶

진리를 답습하다 한 지점에서는 제 생각대로 각색하는 경우

삶에서 생각지 못한 위기는 나락으로 떨어지게 하는 게 다반사

너덜너덜하게 되어 버려지는 삶

시련의 시작이자 아픔의 부산물로 잊히게 될 때

이런 유형의 그림을 현실에서 어떻게 어필할 수 있을까다

종합적인 수술이 필요할 테고

중요한 것은, 한 땀 한 땀 기워 원형을 복원하는 진실한 노력이 필요할 터

인생은 종합예술의 원형

한 지체의 아픔을 지엽적으로 설명하기엔 시간이 녹녹지 않다

그래서 어느 삶에서든 주의를 요구하는 게 일반이다

어떤 일에서도

어떠한 경우에서라도

주어진 인생을 각색하지 마라

 

2023.1.14

 

인생의 크레바스

장지원

 

 

겨울 한가운데

숨이 턱까지 치받는 고갯마루에서

잔설이 빠지는데

세월이 오가는 길목에서 차가운 눈물을 보는 듯하다

 

하루하루 반복되는 삶도

지구의 자전에서 퉁겨나가

추락하는 별이 되고

우주의 미아가 되어

겨울 밤하늘에

점점이 풀어놓아 은하의 강물이 되겠지

 

하얀 눈길에서

시린 마디마다 차오르는 숨소리는

마지막 계절이 흘리고 가는 사람들의 눈물이겠지

잔설이 빠지는 지점에서 흔히 보는 인생의 크레바스 같은 것

 

2023.1.11.

 

지나가는 시간의 의미

장지원

 

 

잡는 것 보다, 놓치는 게 더 많은 삶

맞바람보다는 지나치는 바람의 의미가 더 선명할 수 있다

정체된 공간은 자신을 가두는 지옥일 수 있다

삶이라는 게, 지나가는 시간이 있기에 사람들은 숨을 쉬고

아픔도

아쉬움도

미련도

아까움도

좋음도

모두 끊어 안고

많은 것을 잃고

살고 못살고는 시간의 배려라면

욕심 따라 혹사하는 일상

미련이 삶을 다그치더라도 시간에 맡겨 봐라

우주의 비밀을 풀어줄지라도

삶의 시계를 현재의 시간에 맞출 줄밖에 모른다면

지나가는 시간은 바람 같을 것

세월이란 시계는 지나가는 시간의 의미를 깨닫게 해 줄 게다

 

202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