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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미

2019년 명작선-'한국을 빛낸 문인' 출간!

노파 2020. 1. 5. 10:45

2019년 명작선

'한국을 빛낸 문인' 출간(도서출판 천우)을 축하합니다.


장지원 시인의 시 '오월의 신랑, 우정, 운명 같은 인연' 374쪽에 수록




오월의 신랑

                                       

 

, 기다리는 날

실개천 얕은 길 따라

초원의 품에서 나의 신부를 찾으리라

바람의 고운 결

풀잎 하나

나뭇잎 하나까지

그냥 지나치지 않는

오월의 하루는 가쁘다

멈춰서도 안 되는 숨소리

얕은 갈증에 몰아 삼키며

연둣빛 너울 너머

가무잡잡하게 그을려 알아보지 못하고 지나치는

야시시한 오월의 신랑

높은 나뭇가지에 헛헛한 가슴 풀어헤치고 앉아

검은 햇살을 원망이라도 하려나……


우정

                                              

 

입 안에서

음미하는 차 한 잔의 맛은 인생이다

삶을 다 나열 할 수 없지만 흔한 날 중 예정 없이 전화해

차 한 잔 마실 벗이 있어

어느 날

그 흔한 카페에서

차 한 잔 마실 수 있다면 행복한 사람이다

인생이란 담론을 나누어도

리필 하는 찻잔만큼 깊어지는 이야기

단맛 신맛 쓴맛을 어떻게 우려내기에

시간이 지날수록 맛이 날까

두 세월을 포개놓아도

그 사이 바람의 길이 있어 모시적삼 같은 사이

두 시간을 여러 갈래로 늘어놓아도

그 결 하나하나 살아 있어 건널 수 있는 징검다리 같은 사이

세상은 시절 따라 맛이 다 달라도

찻잔 속에 녹여 내는 맛은 변하지 않는 우정이라지


운명 같은 인연

                                              

 

몇 날을 곱씹어도

삼키지 않아

사람들 앞에 곱게도 뱉어놓는 게, 시인의 심성이다

아픈 시간만큼……

방랑의 시간이 긴 만큼……

시심으로 띄운

허기진 잔 채우라 하니

치마폭을 잡아 애시 한 수 청하는 인연

시심이 붓끝에서 춤사위가 될 즈음

붉은 꽃잎으로 피어나

들바람처럼

뭉게구름처럼

떠나면 그만인 시객을 보내면서

이보다 더 한 인연 있을까.

푸른 햇살 되어서

장부의 어께 감싸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