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가을날의 산책/시 장지원
노파
2023. 10. 10. 04:40
가을날의 산책
장지원
이름 모를 풀꽃들
알알이 영그는 가을 들녘
지구의 자전과 공전을 즐기는 듯
온몸으로 말하는 듯하다
초경을 치자마자 피는 꽃
바람의 길에서 홀연히 잉태해
짧은 햇살 아래 서두르는 출산의 비밀
누군가의 살뜰한 손이 있기에 가능했다
오감을 깨우는 맛은
비췻빛 하늘의 선물
끝없이 이어지는 사색의 시간 넘어
탐스럽게 담아내는 무수한 가을 이야기들
나는
한 조각 자연의 퍼즐이 되어
멋까지 잃지 않는
가을을 타나 보다
2023.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