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김장하는 날/시 장지원
노파
2022. 10. 23. 04:43
김장하는 날
장지원
나막무김치
갓김치
총각김치
동치미는 미리 담갔으니
오늘은, 배추김치를 담가 가을김장을 마무리하는 날
큰 애는 남태평양 건너 시드니에 사니 마음 한겻 자리를 비워둔다
둘째가 온다니 손주 맏이에 마음 바쁜 게 당연하리라
가족이 한 자리에 모이는 날
눈앞에서 자식들이 굴러다니는 게 신선한 산소방울 같은 에너지가 아닌가. 싶다
김장에 들어가는 부속 재료만 해도 그 종류가 십여 가지가 되나 보다
텃밭에서 따온 배추를 소금에 절인다. 여기에서도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다
자투리 시간에 속초 바다의 짭짤한 소금물에 가족들의 푸석한 심신을 절이기로 한다.
삶의 맛이란, 배추를 갖은양념으로 잘 버무려야 김치가 되는 과정과 같은 것 아닌가 싶다
어설프게 들뜬 곳엔 소금을 치고
모나고 섞은 곳은 다듬어 도려내고
편협하지 않는 생각들을 골고루 사용하는 양념과도 같은 것
잘 버무려 낸다면 삶의 지혜가 아닐까 싶다
2022.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