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시인의 바다/시 장지원

노파 2022. 7. 19. 04:40

 

시인의 바다

장지원

 

 

파도에 실려 오는 억겁의 이야기들

모질게도 바위에 부딪치더니

뿌리조차 내리지 못 하고 사라지는 달그림자

 

무슨 사연이기에

품어주지 못하고 밀어내는 바다

자투리 시간에 발 담그고 떠나는 시간여행

 

아침엔 갈매기의 붉은 눈

한 낮엔 뜨거운 태양

유성들이 꼬리를 물고 투신하는 바다

 

호젓이 손으로 그림을 그릴 때면

얄밉게도 파도가 쓸어가고

시인의 가슴에 시를 쓰면

번번이 지우려고 다가오는 성난 바다

 

되돌릴 수 없는 시간, 역설적인 너울 성 파고

내 삶을 지우려는 듯

무엇이든 다 잊으라고 한다.

 

2022.6.28